하루가 끝나가는 일요일 저녁이다.
남편과 함께 운동하러 짐(Gym)에 다녀와 이른 저녁을 먹고 여유있게 영화 한편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스마트 TV화면이 멈추더니 인터넷 버퍼링이 걸리면 나오는 동그라미가 화면 안에서 뱅뱅돌았다.
가끔씩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 우린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기다렸는데 급기야 화면에는 X자가 나오면서 우리의 인내심은 아무 소득없이 끝났다.
문제가 단단히 생겼다고 감지하고, 인터넷 모뎀에 갔더니 빨간색으로 나온다.
남편은 일단 재부팅을 해 보자고 전원플러그를 뺐다가 다시 끼웠다.
다시 5분쯤 기다려 보고 TV랑 컴퓨터랑 다 확인을 했지만 여전히 Wi-Fi없음표시가 나올뿐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인터넷에서문제 해결을 받으려 했으나 Wi-Fi가 없으니 이를 어쩌나…
남편의 휴대폰의 데이타를 켜서 hot spot을 연결하고 문제점을 서치란에 넣으니 몇가지의 조언들이 주루룩 떠 올랐다.
이렇게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데, 이 인테넷을 쓰는 Wi-Fi 가 없다는 것은 거의 물없는 사막과 같은것 같다.
아무리 읽어봐도 우리집에 일어난 경우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아 기술 서비스로 전화를 걸기로 했다.
물론 일요일 저녁에 친절하게 전화를 곧 받을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다른 방법에 없었다.
일단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사의 웹사이트에는 24시간 7일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진 전화 가능이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역시기계음이 나오고, 30분 에서 길면 1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좋아하는 음악 종류를 선택하라는 멧세지가 나왔다. 옵션 1 모던음악, 옵션 2 팝, 옵션 3 락.
나의 음악 취향은 없었다. 나는 아무 선택을 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이 틀고싶은 음악을 랜덤하게 틀어주었다. 그리고 가끔씩 미안하다, 기다려줘서 고맙다, 그리고 안내원이 준비되는대로 바로 연결해 주겠다 라는 멧세지가 나올뿐 1시간 30분 동안 아무도 우리의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우린 찜찜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다.
일상적인 저녁이라면,
TV를 보고, 컴퓨터로 인터넷 서치를 하고, 글을 읽고, 쓰고, 인터넷세상에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Wi-Fi가 없으니 나의 인터넷 세상이 사라지고, 인터넷 속의 내 컴뮤니티에 접속하여 소통을 할 수 가 없었다.
그전에는 어떻게 Wi-Fi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나의 어린 시절은 오프라인이 전부였던 시대다. 인터넷이나 가상의 세상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다.
소통을 하기위해서는 편지나 전보를 사용했고,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했다.
그곳이 빵집이던, 집 앞공터이던, 학교 운동장이던.
친구와 수다를 전화로 떨다 전화비 폭탄과 함께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있었던것이 나의 십대였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어린이들과 십대들은 태어나면서 부터 가상의세계가 그들의 놀이터가되었고, 소통의 수단이 되었고, 친구도 사귀게 되었다.
나뿐아니라 지금 21세기의 사람들은 인터넷, Wi-Fi, Data는 그야말로 에센설(Essential)이다.
식료품도 인터넷에서 주문하고, 먹을 것 심지어 은행일도 , 관공서에의 일도 인터넷에서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편리함의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오늘 우리가 경험한 것 처럼 Shut down이 되었을 경우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에 조금의 불편함이 생기면 우린 금단현상까지 보이기도 한다.
인간 삶에 유익과 편리를 주는 21세기의 많은 첨단 기술들이 사실은 우리를 지배하고 중독에 빠지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알람을 맞춰 놓은 것 보다 일찍 아침에 눈을 떴다.
습관적으로 머리맡에 놓아둔 전화를 들어 Wi-Fi 시그널을 찾았는데 여전히 없다.
다시 Wi-Fi 커넥션을시도해 봤는데 안돼서 또 전화를 해서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가 해서 난감했다. 모뎀을 다시 살피니 모든것이 정상화 되어있었다. 그런데 왜 인터넷이 안되는걸까?
순간 ‘비밀번호가 문제일까?’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남편이 모뎀 플러그를 뺐다가 다시 끼웠을 때 혹시 모뎀 자체가 초기화가 되어버렸나? 해서 우리가 바꾸어놓았던 비번대신에 통신사가 처음 모뎀을 주었을 때 함께 보내주었던 비번을 넣었더니 Wi- Fi 연결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할렐루야!'
기계치에 컴맹인 내가 해냈다. 대견하다.
1980년대 후반에 베스트셀러였던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라는 옛날 대우 김우중 회장이 쓴 책이 생각난다. 그때의세계는 지금의 이런 세계까지를 포함했었던 걸까?
21세기의 무궁무진한 가상의 세계를 살아가는게 내겐 너무 버겁다. 배워야할 세계가 너무 커져 버린것 같다.
Wi-Fi 문제를 해결했으니 한 시름 놨다. 이제 티스토리에 들어갈 수있어 안심이다.
'단상 (斷想 -생각나는 대로의 짧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9) | 2024.06.15 |
---|---|
밤을 설치고 난 후에 잠깨어나게 도와주는 음식 8가지 (9) | 2024.06.01 |
브런치 작가가 되다. (26) | 2024.04.27 |
Sprinter 와 영등할매 (25) | 2024.04.25 |
달걀 프라이를 잘 하는 남자 (7) | 2024.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