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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斷想 -생각나는 대로의 짧은 생각)

달걀 프라이를 잘 하는 남자

by 원시인공주 2024. 4. 12.

내 남자가 해준 달걀후라이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물먹은 담요처럼 무겁게 내려 앉은 회색빛 하늘

몸도 물먹은 담요처럼 무겁기만 하다.

 

늘상 하던대로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책상에 앉았다.

배가 고프다.

 

남편은 간헐적 단식의 유행을 따라 언제부턴가 아침을 먹지 않고,

블랙커피 잔으로 아침을 채운다.

나는 끼니를거르면 안되는 속물이라 아침을 조금이라도 먹어야 한다.

아침으로 계랸을 먹어야겠다고 말했더니

삶은 계란? 스크램블? 프라이?

남편이 주겠단다.

오늘 아침은 Anne of Green Gable에서 먹는 것처럼

 

부엌에 들어서면서 옛날 변진섭이라는 가수가 부른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여자 흥얼거리며,

자신은 프라이를 제일 잘 한다며 달걀 프라이를 주겠다고 한다.

남자 오늘 괜찮아 보인다.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