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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斷想 -생각나는 대로의 짧은 생각)

역시 캐나다

by 원시인공주 2024. 4. 4.

눈에 파뭍힌 우리 차

 

4월의 눈

 

오늘은 4월 4일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도 지났는데

겨울이 다시 오는 듯 20cm나 되는 눈이 밤새 내렸다.

 

역시 캐나다다.

 

 

밤 새도록 내린 눈 

 

매주 목요일이면 모이는 모임조차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아직 밖을 나가 보진 않았지만, 뉴스를 들으니 아침 출근길도 만만치 않고,

공항에도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결항이 되었다고 한다. 

밤새 제설작업차가 집 앞 큰길에 오고 가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도 제설작업 차가 경고음을 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에 살면서 자연의 위력을 정말 많이 느낀다.

 

 

캐나다는 면적이 큰 국가이기에  각 주(Province)는 평균적 강설량은 위치와 기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퀘벡(Quebec), 뉴브런즈윅(New Brunswick), 노바스코샤(Nova Scotia)등 동부지역이

브리티시콜롬비아(British Colombia)나 앨버타(Alberta), 사츠키츄언( Saskatchewan) 과 같은 서부지역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린다. 이는 대서양에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캐나다의 평균 일 년에 내리는 눈은 140인치인데 이는 앞서 말한 대로 각 주의 위치와 기후를 고려한 평균치이다.

 

statista 2024

 

                                                                                

캐나다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지역은 뉴펀랜드 주(Newfoundland)인데 이번 겨울에도 하루에 100cm의 눈이 왔다.

내가 살고 있는 퀘벡도 적설량으로는 캐나다에서 2번째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인데

올해에는 그리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았다. 

세계가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자연재해도 많고, 날씨도 변화무쌍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이렇게 4월에 눈이 내리니 한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눈이 너무 쌓여서 1시간이나 걸려 눈 치우고 차를 뺄 수 있었다.

 

 

캐나다는 때론 5월에도 눈이 내리기도 한다.

우리가 처음 유학온 다음 해 봄에 나는 일찌감치 가족들의 외투를 세탁해서 옷장 안에 넣었다. 하지만 그해 5월 초에 폭설이 내려 넣어두었던 외투를 다시 꺼내야만 했다.

그해 동생이 우리를 방문하겠다고 옷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제 곧 봄이 오니 얇은 옷들로 챙겨 오라고 했는데 크게 낭패를 보았다. 

그 후로는 결코 5월 전에 외투를 세탁하는 일은 없다. 

 

캐나다는 평균 6개월 정도 눈이 덮여있다. 이런 겨울왕국에서 20여 년 살다 보니 눈이 없으면 좀 심심하다.

오늘도 장마비가 아닌 장마 눈이 하루종일 내린다.

그렇게 많은 눈이 내리면 도로변에 세워둔 차가 눈 속에 파뭍혀 내 차인줄 알고 열심히 닦아내면 알몸으로 나온 차가 내 차가 아니라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진다. 남 좋은 일을 했다.

 

우리네 인생과 닮은 날씨

눈이 와서 좋고, 날이 맑아 좋고, 바람 불어 좋고, 비가 와서 좋고,

 

그때그때 주시는 대로 즐기며 사는 것이 좋을 듯

 

남편이 좋아하는 눈이 20cm나 내렸으니 오늘도 신나시겠구먼.

 

앞집 나무에 쌓인 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