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으로 샤브샤브를 준비했다.
추운 겨울에는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이른 퇴근을 마친 아이들을 위해 서둘러 겉저리를 만들고, 가스불을 켰다.
부르르 끓어 오른 육수에 갖은 야채들을 담가먹고 오늘은 얇은 샤브샤브 고기대신에 불고기감을 사왔다.
오랜만에바쁜 가족이 다 함께 먹는 저녁이라 뜨끈한 국물만큼 마음도 따뜻하고 꽉 찬 느낌이다.
딸아이가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한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분은 어려서 인도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오신 분이라고 한다. 캐나다에서 1.5세로 자라서 영어로 말할때 인도 액센트가 전혀 없지만, 가끔씩 농담을 할 때 인도 액센트를 넣어서 말씀하셔서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시는 분이란다.
우리 아이도 이민 1.5세대로 자랐기 때문에 둘은 공통점이 있었고, 그래서 대화가 잘 이어져갔다고 한다.
어느 나라 출신이든 상관 없이 이민자 1세대들은 비록 캐나다나 미국 현지국가에서 살긴 하지만, 음식이나 언어 그리고
문화, 사고방식은 옛날 고국의 것을 거이 지키며 산다.
대신 이민 1.5세나 2세들은 부모와는 좀 다르다. 언어도 모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편하다.
음식도 자신의 가정의 음식이 맛 있기도 하지만, 햄버거나 감자튀김, 피자 스파게티등 현지 음식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외부적인 차이 보다는 사고방식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난다.
비록 외모는 부모와 같지만 그들의 생각의 방식과 삶의 태도는 확실히 현지인들과 가깝다.
그건 단순히 개인간의 의견차나 세대차이가 아니라 성장, 생활환경이 다른것 때문에 생기는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별히 우리끼리는 한국, 중국, 일본동북 아시아권에서 온 1.5세나 2세 이민자 자녀들을 빗대어 바나나 라고 부른다.
이들의 겉 겉모습은 아시아인 (황인종)이지만,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백인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바나나라고불려지는 것은 좋은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고, 이들을 폄하 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나도 가끔씩은 친한 캐네디언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 귀엽다는 의미로 우리 아이들을 바나나라고 표현 하기도 한다.
오늘 그 인도 교수님은 같은 이민자 자녀로 살면서 공감되는 이런 이야기를 딸 아이로 부터 흥미롭게 들으시더니
‘너희는 바나나 라고 부르는구나 우린 코코넛이라고 불리는데’ 하며 처음듣는 이야기라고 신선해 하셨단다.
코코넛이란 말에 우리식구는 밥 먹다 빵 터졌다.
너무 딱 맞는 표현이라서
인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쪽은 피부 색깔이 우리 보다 조금 진한 브라운에 가까운 아시아인이라 그렇게 불려진단다.
이민자들끼리만에 느끼는 정서적 공감이 나이와 신분과 상관없이 통하는것 같다.
바나나도 코코넛도 이 땅에서 뿌리를 잘 내려 쑥쑥 잘 자라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면 좋겠다.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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