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로 시작하는 봄
오늘은 볕이 좋아 뒷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완연한 봄 햇살에
이른 아침부터 이불빨래며 겨울옷을 대충 정리해서 빨아놓고
잠시 쉴 겸 커피 한 잔 들고 산을 오르니 하늘이 환상이다.
꽁꽁 얼었던 호수도 이젠 다 녹아 제 모습을 드러내고 겨우내 사라졌던 이 호수의 수다쟁이며 깡패인 갈매기들도 돌아왔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 왕국의 봄이, 비록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아주 천천히 오고 있는 느낌이다.
벤치에 내리는 햇살이 포근하다. 성급함에 벌써 반바지 차림에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한가롭다.
햇살이 좋아 사람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친구들과 와인병과 간단한 안주로 치즈를 곁들인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고, 내가 앉은 곳 바로 앞에서 손주랑 할아버지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호숫가를 거니는 모습이 정겹다.
봄이 오니 나의 옷차림도 가볍고, 몸도 가벼운 느낌이다.
하지만 봄이라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산자락 중간중간에는 녹지 않은 눈들이 소금처럼 뿌려져있다.
나는 캐나다의 녹음이 지는 여름,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채워진 가을, 순백의 눈으로 가득 찬 겨울을 좋아한다.
하지만 캐나다의 봄은 녹은 눈으로 인해 너무 질척거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은 한 여름 장마철에 홍수가 나지만, 눈이 많은 캐나다는 봄에 홍수가 난다.
캐나다의 홍수는 연중 언제든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봄에 자주 일어나는데, 홍수의 원인은 주로 두꺼운 눈의 급속한 녹아내림, 얼음 막힘, 폭우, 드물게는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댐의 파괴로 인해 발생된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봄에 홍수가 난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홍수는 태풍이나 많은 비로 인해 일어나는 한국과는 달리 하늘에서 내리는 비보다는 겨우내 내린 눈이 녹아서 발생되는 것이 다른 점이다.
특별히 겨울 동안에 적설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봄에 홍수가 많이 난다.
내가 살았던 캐나다의 중부인 마니토바는 캐나다의 밀 곡창지대이다. 봄에 홍수가 나면 그 넓은 밀밭이 물에 잠기고 고속도로와 지방 도로도 물에 잠겨서 통제가 된다. 봄에는 밭에 씨를 뿌려야 하는데 홍수가 나서 씨 뿌리는 일이 지연되기도 해서 농부들이 애를 태우기도 한다. 집들과 큰 도로 사이에는 Ditch라는 농수로가 있는데 이곳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 사람들은 차를 도로변에 세워두고는 집으로 들어갈 때 카누를 타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도 첫 해에는 자동차로 친구집을 방문하다가 도로가 물에 잠겨서 오도 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캐나다 군인들이 파견되어서 홍수지역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피해 주민들을 구조해 내기도 했는데 그때 얼마나 무서웠던지…
캐나다에서 가장 큰 홍수는 1996년에 퀘벡주에 있는 Saguenay라는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기록한다.
캐나다에서는 홍수는 두 번째로 자주 일어나는 자연재해인 산불 보다 5배 자주 일어나다.
요즘은 세계 여러 곳에서 기후이상변화(Climb change)로 인해 자연재해가 많이 일어난다.
올봄은 지난겨울에 눈이 적게 내린탓인지, 덕인지 홍수 소식은 아직 없다.
이대로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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